〈17일동안에있은일〉Seventeen Moments of Spring 봄
가까운 사람이 권해서 봤다. 정확히 말하면, 몰입해 보기에, 그것도 반복해, 그래서 언젠가 봐야지 했다. 말로가 아니라 행동으로 권한 셈이다. 적지않은 시간을 내서 봤는데 역시 보길 잘했다. 그간 본 러시아영화중 최고로 꼽고싶다. 왜 북에서 더빙까지 했는지 알겠다. 참고로 더빙에 참여한 인민배우 오향문은 남출신으로서 오미란의 아버지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칭찬을 받은 일로 유명하다. <이름없는영웅들>이 많이 참고했다. 표절이 아니라 오마주다. 완전히 새로운것이 존재하는가. 계승과 혁신이 진리고 정답이다.
우리말제목이 좀 이상하다. 17일동안 있은 일도 아니었다. 러어를 직역한 영어로 된 제목이 더 맞아보인다. 도입부에 나오는 주제곡도 <순간>을 강조한다. 적진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에게 순간이란 곧 영원이다. 한순간 실수하면 목숨을 잃는다. 연락임무중 실수로 결국 자결하게 된 인물이 나오는 이유다. 왜 교육과 함께 훈련이 필요한가. 주인공처럼 오랜 세월 활약한 노련한 요원의 역할은 남다를수밖에 없다. 1945년도 봄에 있은 영생의 순간들이다.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극성이 뛰어나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보게 만든다. 결국 영화는 문학의 확장이고 문학은 인간학이며 인간학은 심리학이다. 사건선과 감정선이 절묘하게 교차되고 이야기줄거리와 복선이 특출하다. 첩보영화의 고전이 될만한 작품이다. 정반대의 경우지만 <알제리전투>를 CIA가 교재로 삼는다고 하지않는가. 확실히 러시아는 문학 못지않게 음악이 강하다. 주제곡은 이렇듯 구슬을 꿰는 실처럼 써야한다.
사실이라 더욱 실감난다. 나치가 같은 제국주의세력인 미국과 타협하려고 하는것을 극력 경계하는 소련의 모습에서 현정세의 초점이 비낀다. 당시 국제반파쇼전선은 필요했고 또 가능했다. 가능하다고 저절로 되진 않는다. 스탈린이 나오는 장면은 모두 중요하고 인상적이다. 스탈린이 10년만 더 젊었어도 소련이 망했을까싶다. 역사는 비반복적으로 반복된다. 당시의 파쇼와 오늘의 딥스는 통한다. 오늘의 슈뜰리쯔, 오늘의 스탈린은 누구인가. 2021년도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