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 소련에서 만든 <유럽의해방>은 2차세계대전을 5부작에 걸쳐 그려낸 대작이다. 영화는 1부에서 <쿠르스크전투>를 시작으로 5부<최후의공격>에서 베를린함락을 집중적으로 그리며 마무리하고있다. 영화는 사회주의적사실주의사조에 맞게 당시 상황을 다큐멘터리와 같이 그려내고있다. 그러면서 붉은군대와 파쇼군대의 치열한 전투만이 아니라 피점령지민중의 파르티잔활동, 소련·독일지도부의 전투지휘, 소련·영국·미국의 반파쇼통일전선, 영국·미국의 기만적행위등을 종합적으로 밝히며 생생하게 형상화하고있다.
소·독전쟁하면 레닌그라드전투·스탈린그라드전투를 우선 떠올리지만, 전쟁의 판도를 뒤바꾼 전투는 쿠르스크전투다. 인류최대의 기갑전이라고도 불리는 쿠르스크전투는 세계최강이라 불리던 독일기갑부대를 소련기갑부대가 격멸하면서 승리한다. 이를 시작으로 소련은 파죽지세로 독일군을 격멸하며 소련과 그주변지역을 해방시킨다. 남코리아에서는 <유럽의해방>으로 알려져있지만 원제가 <해방>인 이유는 붉은군대가 곧 해방군이었으며 해방을 위해 모든것을 다바쳐 투쟁했기에 그렇다. 반면 영·미연합군은 마지막까지 방관하며 사실상 소련을 고립시켰고 뒤늦게 서부전선을 구성한 후에는 뒤떨어지는 군사력으로 결국 소련의 구원을 받아야만 했다. 역사적사실과 그사실을 형상화한 이영화를 보면 진정한 해방세력이 누구였는지가 더욱 분명해진다.
영화는 스탈린·루즈벨트·처칠·히틀러에 대해 생생한 표상을 심어준다. 무엇보다 적측인 히틀러에 대해 우스꽝스럽게 혹은 악마화해 그리지않음으로써 오히려 파시즘의 침략적본색을 제대로 보여주고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직하게 정공법으로 전쟁에 나서며 국제적반파쇼통일전선을 확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탈린과는 달리 겉으론 중립적이나 속으론 소련을 경계하는 기만적인 루즈벨트와 오직 소련과의 패권다툼만을 생각하는 간교한 처칠의 모습은 소련이 전쟁의 전장에서만이 아니라 반파쇼통일전선을 위해서도 얼마나 헌신했는가를 보여준다.
<무명의용사여너의위업은불멸이어라> 지도자의 업적이자 민중의 업적이다. 참된 지도자와 한마음으로 단결한 민중은 해방이자 자유를 향한 위대한 투쟁을 전개하고 마침내 위업을 달성한다. 소련내에서 배신적인 스탈린격하운동이 벌어진 후에 제작된 영화임에도 2차세계대전의 승리를 이끄는 스탈린의 위대한 풍모는 결코 가려지지않는다. 영화는 베를린함락에서 그치지않고 광장에서의 전승행사와 무명용사의묘를 비추며 마무리한다. 묘에 붉게 타오르는 불꽃은 무명용사들의 전승을 향한 위용과 영원히 꺼지지않을 전승의 영광을 보여준다. 자유와 해방을 향한 민중의 투쟁이 있는한, 진정한 해방을 향한 대고조와 민중의 최후승리는 필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