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처음으로 인터넷을 했다. 그때 피시방의 구석에서 북사이트들을 집중적으로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요즘이야 익숙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매우 신기했다. 북자료들을 매일 접하면서 그 강한 비반복적반복의 패턴에 한동안 의아해했다. 이후 사람사업, 사람의사상과의사업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면서 의문은 충분히 풀렸다. 북의 <신념의웨침> TV무대를 보면서 다양한 형식·방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유튜브에 떠있는 이영상은 1.27 노동신문의 평가로 인해 남측언론에도 꽤 유명해졌다.
김일성주석의 회고록 <세기와더불어>6권 <권영벽>·<<혜산사건>을겪으면서>와 북혁명소설 <해방전야>의 제3장1을 봤다면 <신념의웨침>형식·방법의 참신성을 더잘 알게 될것이다. 가족들의 증언과 전문가들의 고증, 재판자료와 영상자료가 어우러져 권영벽과 혜산사건에 대해 풍부하고 깊이있게 파악하게 된다. 여기에 배우연기와 무대미술, 배경음악이 예술적으로 더해져 감동이 배가된다. 기록영화와 예술영화의 결합처럼 사실과 형상이 세련되게 결합돼 이미 내용을 알고있거나 반복해 보는 경우에도 눈물 없이 볼수 없을정도다. 감동은 사실이 낳고 예술이 키운다.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반도의 특성인지 우리는 혼합을 잘한다. 세계를 휩쓰는 <한류>의 특징 하나가 다른데 있지않다. 우리민족의 고유한 우수성과 세계의 보편적흐름을 유기적으로 조합해 지구적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이런 감각은 아무래도 남측이 뛰어나다. 세계의 압도적다수가 자본주의사회고 북은 주체사회주의사회로서 제국주의연합의 가장 철저한 봉쇄속에 있기에 그렇다. 이러니 가령 모란봉악단처럼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영상을 만들어 배포한다는 일이 말처럼 쉬울리 없다. 이 독특한 TV무대가 모란봉악단의 예술성과 참신성을 연상시키는 이유다.
<해방전야>는 2012에 나왔다. <신념의웨침>이 나온 시점도 우연일수 없다. 분명 아껴둔 카드였을것이다. 권영벽과 그동지들은 서대문형무소에서 해방5개월전에 목숨을 잃었다. 최후의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김일성장군만세!>와 <아들을혁명가로!>를 외칠수 있는 신념의 원천은 무엇인가. 혁명의 길이자 과학의 길이고 승리의 길이란 확신에서 비롯되지않았을까. 북에서 신념교양은 곧 혁명전통교양이다. 항일무장투쟁이야말로 <고난의행군>을 이겨내고 자주적으로 해방을 이룩한 승리한 혁명이어서다. 실제로 조국은 이내 우리민족의 힘으로 광복됐고 후대들은 무대에 나온 손자처럼 혁명을 계속하며 일제치하와는 비할바 없이 행복한 삶을 누리고있다. 늘 고도로 목적의식적인 북이 오늘 매우 신경을 써서 만들고 널리 퍼뜨릴때는 바로 지금 무엇인가 외치고싶어서일것이다.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