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란 이런것이다. 보이지않는 전쟁, 총포성 없는 전쟁이다. 스파이들의 활약상에 전쟁의 그림자가 비껴있다. 사람이 죽고 건물이 폭파된다. 서로 정보를 수집하고 서로 선전전을 한다. 선전전 다음은 사보타주고 그다음은 전쟁이다. 말 다음은 행동이다. 대리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은 대리전의 난무장이다. 본성적으로 제국주의세력은 도발하고 반제세력은 그에 맞선다. 민중은 자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침략자들은 공포에 떤다. 설사 살아돌아가도 트라우마로 고통받는다.
포르투갈과 넷플릭스가 첫합작으로 만든 고전적스파이물인데, 괜찮다. 냉전이 한창인 1968 포르투갈의 글로리아라는 마을에 있는 미국의 대소선전거점 <RARET>에 국무차관의 아들이자 소련을 위해 활동하는 공동주의자가 벌이는 첩보전이다. 포르투갈의 침략전쟁터인 앙골라에 다녀온 주인공은 소련의 스파이들과 지역의 공동주의자들이 벌이는 반미반제투쟁에 합류해 미션들을 완수해나간다. 소련과 공동주의측에 대한 이미지왜곡이 없지않지만 미국과 포르투갈정보부측의 이미지를 보면 참을만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이정도가 어디인가. 그만큼 세상이 바뀌었다.
최근 구동구권을 다시 돌아봤다. 동독의 베를린과 라이프치히, 드레스덴은 모두 그 대표적인 역사박물관의 전시물들에서 사회주의적경향이 두드러지게 강해져있었다. 어쩌다보니 자본주의로 복귀했는데 사회주의시절만 못하다는것을 피부로 느끼는데서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베를린 케테콜비츠박물관과 라이프치히의 정보박물관은 개건중이었고 그정보박물관과 드레스덴의 군사박물관은 확실히 사회주의시절의 향수가 짙어졌다. 정보박물관의 조르게흉상에 담긴 존경의 뜻을 읽는것은 조금도 어렵지않았고 사회주의시절 빛났던 장면들이 사진과 상징물들로 충분히 부각돼있었다.
세상은 돌고돌아 <신냉전>의 기운이 온세상을 감돌고있다. 2022 동유럽에서 우크라이나전이 터졌다면 2023 동아시아에서 남코리아전과 대만전이 머지않았다. 히로시마G7회담에 젤렌스키까지 나타나 <미일남3각군사동맹>을 재촉했다. 오늘의 미국선전거점은 호주의 <파인갭>일수도 있다. 실제로 동명의 드라마는 정찰위성을 통한 첩보전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잘 보여준다. 제국주의의 도발에 러시아처럼 북과 중국이 더이상 참지않고 반격한다면 이는 곧 3차세계대전이고 그결과는 분명 새로운 냉전이다. 제국주의의 파쇼주구는 거대한 시대의 수레바퀴앞에서 까부는 한갓 사마귀에 불과하다. 타도든 타격이든 파멸의 운명은 별반 다르지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