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 항쟁의기관차〉 〈본아이덴티티〉 민중의 적

<냉전>이 끝나고 많은것이 변했다. 사회주의진영이 무너지면서 제국주의진영은 주적이 사라졌다. 진영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야했다. 새로운 적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할때 일단 내부의 적을 주목한다. 정체성의 상실이 내부의 적을 만들기도 하지만 내부의 적에 의해 정체성이 상실되기도 한다. 전자가 <미션임파서블1>이라면 후자가 <본아이덴티티>다. 정치경제적으로 현대제국주의의 후기, 문예사조로 포스트모더니즘의 후기에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중 하나다. 직접적으로든 상징적으로든 이념과 성의 정체성혼란을 주제로 하면 큰영화제가 상을 줄때다.

사회주의진영을 상대로 키워진 킬러중 한명이 사고로 기억을 잃는다.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에 자기진영내에서 선을 넘긴 악인들을 차례차례 제거해간다. 외부의 큰적을 없앴으니 이제 내부의 작은적을 없앨때다. 외부의 적은 자본주의의 적이고 내부의 적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민주주의를 잃어버린 사회를 파쇼라고 부른다. 파쇼는 민주주의를 죽이고 시민도 죽인다. 개별화돼 힘이 없는 시민들에게 민주제도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외부의 적과의 보이지않는전쟁, 총포성없는전쟁인 <냉전>때는 전체사회의 존립이 문제였으니 참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더 용인할수 없다. 

<007>시리즈는 제국주의진영대 사회주의진영의 대결구도가 아니다. 제국주의진영과 사회주의진영이 손을 잡고 파쇼진영을 무찌르는 이야기다. 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한 경험을 우려먹는 이야기다. 물론 주연은 제국주의진영의 남자고 사회주의진영의 여자는 조연에 머문다. <냉전>시기 이틀을 유지하며 사회주의진영의 방심을 유도한후 20세기가 끝나기전에 붕괴시켜버렸다. 제국주의의 교활성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사례가 없다. 거대담론의 시대를 끝내버린후 <정체성>운운하는 미시담론의 시대를 열어 한동안 잘 놀았다. 엉뚱한 담론으로 시대정신을 비껴가며 내부모순에 집중하지못하게 만들었으나 역시 오래갈수 없었다. 

세상은 흘러흘러 <신냉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유고내전과 이라크전, 동아시아외환위기와 미국발세계금융위기를 거쳐 마침내 우크라이나전이 터졌다. 3차세계대전의 불길은 동유럽에서 중동을 거쳐 동아시아로 번지고있다. 제국주의진영의 정치경제적위기의 반영인 이세계대전은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을 하나의 반제진영으로 묶어주고 20억이슬람세력을 그반제진영으로 몰아넣으며 반러시아프로파간다와 친이스라엘프로파간다의 논리적모순으로 전쟁명분을 잃어버리면서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고있다. <냉전>에서 이긴 제국주의진영은 <신냉전>에서 지지않을수 없게 됐다. 민중이 깨어나고있다. 우리시대 민중의 적은 제국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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