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에 있는 정보박물관을 찾은적이 있다. 가보니 소련정보부가 최전선에 세운 도시라는 이름이 헛되지않았다. 그때 건물안에 전시된 사진들을 통해 여기서 근무한 사람들이 군인출신들임을 새삼 확인하고 놀랐다. 사실 상식인데 그곳에서 크게 깨달은것이다. 정찰활동은 물론 작전적수완이 뛰어나야하지만 무엇보다 정신력과 체력이 강해야하지않은가. 특히 공동주의신념이 유사시 죽음을 이겨낼정도로 철저해야한다. 그래선지 라이프치히역사박물관은 베를린역사박물관보다 사회주의시절에 대한 관점이 좋았다. 하나 더, 정보박물관에서 비서가 썼다는 입구의 작은방이 잘 정돈되고 따뜻한 분위기였던 점도 기억에 남는다. 또 가보고싶은 도시, 박물관이다. ·
해외무장투쟁세력이 국내지하투쟁세력과 연결하기 위한 통로로 함북·함남동부쪽에 이제순의 신흥촌과 박달의 큰웅뎅이마을이 있다면 함남서부·남부쪽에는 도천리와 신파가 있다. 바로 이도천리·신파를 혁명화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공작원이 김정숙대원이다. 왜 유격대원중에서 지하공작원을 뽑는가. 영화의 절정에 나오는, 체포돼 목숨이 위태로운 장면때문이다. <세기와더불어>5권 <양민보증서>에는 인민을 위해 모든것을 바쳤기에 인민의 진정한 도움을 받아 구원될수 있었다며 <500명의인장이찍힌양민보증서는그가인민의참된충복임을증명하는영원한증서>라고 격조 높게 평가돼 있다. 백인준영화문학과 정운모연출은 이순간을 반복해 보고싶은, 흠잡을데 없는, 상투적이지않은 명장면으로 형상해냈다.
유튜브에 올라온 어떤 북영화들보다 화면의 질이 좋다. <민족과운명>중 <카프작가>편의 절정에 이찬이 만나는 김정숙여사의 첫모습도 절대 잊지못할정도로 인상적이지만 <해발>에 등장하는 김정숙대원·공작원의 모습은 또다른 차원에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인물형상만이 아니다. 모든 면이 참신하다. <조선의별>이 연상될정도다. 북의 영화들이 이런 수준으로 계속 창작된다면 예술성에서도 깐느와 아카데미를 석권한 남의 영화에 밀리지않을것이란 평은 결코 과하지않다. 북영화가 나아갈 길은 바로 북영화안에 있다.
북은 혁명의 지도자를 해·태양에 비유한다. 전사들과 인민들에게 투쟁의 앞길을 비춰주고 역경을 이겨낼 힘을 주기에 그렇다. 북에서 항일빨치산대장은 일제치하 어둠속에 신음하는 인민들에게 조국광복회10대강령의 햇발로 해방된 미래를 밝힌 <민족의태양>이다. 북은 조국이 어머니고 인민이 어머니며 당이 어머니라고 가르친다. 인민을 어머니로 모셔야 인민이 어머니로 모시는 법이다. 아들은 어머니를 닮는다. 김정숙여사의 아들은 누구인가. 강반석여사, <선군의어머니>와 함께 <어머니>로 영원히 기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