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이 중요하다.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전선을 잘 긋지못하면 좌우편향을 범한다. 아군을 적군으로 밀어버려도 안되고 적군을 아군으로 끌어와도 안된다. 전자는 적군역량을 강화하고 후자는 아군역량을 약화시킨다. 그래서 언제나 전선형성은 전략적의의를 가진다. 문제는 적이 누군지 모호할때다. 대적전선이 불분명하면 아군대열에 균열이 생긴다. 내부문제가 심각할수록 외부문제를 부각하는것은 우민정치의 기본이다.
냉전이후 오랫동안 유지돼온 전선이 붕괴됐다. 적이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중요해지고 기본전선이 와해되며 그에 파생되는 수많은 전선이 달라지게 된다. 혼란이 가중되면서 내부모순, 즉 빈익빈부익부의 양극화가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그동안 대소련전선의 이데올로기아래 가리워졌던 문제들이 폭발적으로 드러나며 자칫 체제의 위기로까지 번질수 있게 된다.
지구밖의 외계인과의 전쟁은 전선을 교란시키는데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중 하나다. 미국민만이 아니 라 다른나라사람에게도 꽤 먹힌다. <인디펜던스데이>는 그런 영화들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이며 가장 상투적이다. 미대통령이 전투기를 조종하고 컴퓨터바이러스가 결정적인 수단으로 등장하며 심지어 미독립기념일에 전세계는 외계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 세계를 대표해 외계인에 맞서 지구를 지키니 미국이 제3세계에게 제국주의지배자가 아니라 리더의 나라처럼 보인다.
미국처럼 다른나라에도 독립기념일이 있다. 어떤 나라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겨냥해 대담한 군사적공세를 취하며 미국과의 대결전에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기도 한다. 자기나라의 독립기념일을 진정으로 중시한다면 다른나라의 독립기념일도 존중해야 마땅하다. 자기나라의 독립이 중요한만큼 다른나라의 독립도 중요하다. 독립이 최대의 과제인 나라에게 미국이 최대걸림돌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화에 나온 불시의 급소타격은 미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구위에 제국주의가 없어지는 날, 인류는 전지구적인 독립기념일을 맞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