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의 죽음에 대해 설이 분분하다. 그중 하나는 김형욱이 박정희가 보낸 중앙정보부요원들에 의해 프랑스의 어느 농가에서 가루가 돼 닭사료로 먹여졌다는것이다. 코리아를 잘아는 한 프랑스전문가는 그때 자기가 닭고기를 많이 먹었을때라며 분개했다. 물론 블랙유머다. 이이야기가 떠오를때마다 영화 <파고>의 분쇄장면이 연상된다. 코언형제의 유머와 스토메어·부세미와 맥도먼드의 연기가 조화를 이뤄 이 살벌한 장면은 상투적감정을 불러일으키지않는다. 김형욱은 도대체 어떻게 생을 마감했을까.
북은 남에 끌려가 죽었다고 본다. 적어도 <민족과운명-차홍기·홍영자편>은 그렇게 그린다. 아무리 사실주의영화라도 전형화의 과정이 있고 필요에 의해서 선의로 왜곡되기도 하는만큼 이것으로 진실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홍영자란 인물도 마찬가지다. 홍영자를 통해 본 박정희와 그시절의 모습이 눈에 띈다. 세계적으로 제국주의연합세력에 의해 철저히 고립된 북의 조건에서 어렵게 해외촬영을 진행한 점도 평가해야한다. 남측사람이 볼때 역시 어색한 장면이 있기 마련인것은 입장을 반대로 놓고보면 마찬가지니 대범히 봐야한다. 결국 이문제는 자유롭게 남북을 오고갈때야 제대로 풀릴것이다.
팜므파탈 홍영자를 그반대적이미지의 오미란이 맡았다는것만으로도 내외에 큰 화제가 됐다. 여기에 오미란과 김정화가 함께 대결을 펼쳤으니 당대 최고의 영화가 되지않으면 안될 운명이었는데, 안타깝다. 어떻게 해야 전성기수준이상으로 부활하겠는지. 만약 <포성없는전구>를 젊은 시절의 오미란이 연기했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한다. 오미란의 <포성없는전구>라면 김정화의 <이름없는영웅들>에 그리 밀리지않을것이다. 오미란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군인출신 오미란과 운전수출신 김정화, 남에서는 있을수 없는 일이다.
북의 김일성주석과 대비되는 남의 수반은 박정희다. 일제시대 만주에서 한사람은 항일을 했고 다른 한사람은 친일을 넘어 일본군이 됐다. 미제시대 북과 남에서 한사람은 반미를 했고 다른 한사람은 친미를 넘어 주구가 됐다. 김일성주석은 자주·평화·민주주의의 원칙을 자주·평화·민족대단결로 바꾸면서까지 반민주파시스트와도 조국통일의 길을 함께가고자 했다. 비록 뜻을 이루지못하고 1972 7.4공동성명으로만 남았지만 그정신·원칙은 1980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거쳐 1993 전민족대단결10대강령으로 이어졌다. <차홍기·홍영자편>을 비롯해 <민족과운명>전편을 관통하는 중심사상은 민족의 운명이자 개인의 운명이며 그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과거를 묻지않고 전민족적으로 대단결하자는것이다. 민족의 생명은 대단결이고 대단결의 별칭이 연방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