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헌법학회장도 칭찬하는 남미의 한 대통령이 있다. 남코리아의 지구정반대편에 있는 우루과이의 전대통령 무히카다. 호치민을 할아버지 박호(Bác Hồ)라고 하듯이 무히카도 페페(PePe)라고 부른다. 인민들이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속에 인민을 위해 헌신하고 복무한 한생이 비껴있다. 무히카는 2010~15 재임기간 대통령궁을 노숙자에게 내줬고 스스로 1칸짜리 집에서 검소하게 살았다. 이 겸손하고 검박하며 자상한 무히카할아버지는 청년시절 투파마로스(Tupamaros)라는 전위조직에 가입해 미제국주의와 그주구인 파쇼정권에 맞서 간고한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다가 총상을 6군데나 입은 상태로 잡혔고 이후 야수적고문과 14년간의 수감생활을 이겨내야했다. 무히카는 정치를 잘해 우루과이의 사회를 안정시키고 경제발전과 복지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투파마로스의 1970년대 도시게릴라투쟁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계엄령>이다. 투파마로스는 위장신분으로 우루과이에 들어와 파쇼경찰에게 고문등의 수법을 가르친 미중앙정보국요원을 납치해 심문으로 그정체를 폭로하며 미국과 우루과이등 남미의 파쇼정권들에 정치적타격을 가했다. 영화에는 납치가 <알제리전투>처럼 지하혁명조직의 무장투쟁이고 투파마로스가 우루과이혁명의 주체세력, 곧 전위당이라는 역사적사실이 잘 형상화돼있다. 거짓을 반복하거나 거짓과 참을 섞어 더욱 교묘하게 세뇌시키는 제국주의와 파쇼가 아무리 <테러리스트>라고 음해해도 현명한 민중들은 속아넘어가지않는다는 진실도 놓치지않았다. 무히카가 결국 석방되고 그가 조직한 합법정당이 집권하게 된 과정이 이를 입증한다.
그리스에서 프랑스로 망명해 영화연출가가 된 코스타가브라스가 정치적영화를 주로 찍는것이 놀라운 일이겠는가. 2차세계대전이후의 그리스역사는 남미의 여러나라들의 역사와 본질상 다르지않다. 남코리아처럼 제국주의의 조종아래 파쇼정권이 들어서 공동주의세력과 민족자주세력, 민중민주세력이 무참히 학살되고 극단적인 탄압을 받았다. 사실 이는 당시 제3세계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현대제국주의시대에 사회주의나라가 아니면 신식민주의적인 지배속에 고통받지않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기때문이다. 가브라스의 정치영화는 <프로파간다>처럼 진영논리에 갇혀 사상성만 강조하고 예술성을 놓쳐 흥미를 잃어버리는 함정에 빠지지않는다. 악역을 맡아 열연한 이브몽땅의 존재감도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한다.
파리의 바스티유광장에서 좀 북쪽으로 올라가면 페헤라셰즈묘역이 나온다. 파리코뮌의 역사적현장이 있는 혁명의 성지중 하나다. 코뮌전사들의 벽을 찾아가는 길에 보이는 수많은 중세귀족들의 묘들은 장식만 요란할뿐 관리가 안돼 <귀신>이라도 나올듯 을씨년스럽다. 그러다보니 일체 장식이 없는 소박한 묘가 오히려 눈에 띈다. 그런 묘에 누군가 꽃을 꽂아두면 묻힌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는데, 몽땅의 묘가 딱 그렇다. 한눈에 공동주의자, 유물론자의 신념이 느껴지는 그묘앞에 서면, 1980년대 군사파쇼시절 학생운동가들사이에 전설처럼 회자된 영화 <계엄령>의 지하투쟁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유튜브에서 검색어만 잘 치면 화질 좋은 무삭제판을 쉽게 찾아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