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전은 누구나 예상했다. 북침교전만 1년전부터 수천번이나 됐다. 북이 내내 방어만 해서 남은 자신감이 넘쳤다. 남국방장관이 아침은 서울에서 먹고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을 정도다. 그러니 북에게는 결정적인 역공을 가할 무력의 준비와 구체적인 북침정보가 필요했다. 전자는 항일빨치산을 근간으로 최근년 중국동북해방전쟁에서 단련된 군대와 소련의 일부무기지원과 소박한 수준의 자체군수공업이 있었다. 그럼 후자는 어떻게 준비됐을까.
북영화들에 힌트가 있다. <붉은단풍잎>의 주인공 정향명은 실존인물 성시백을 그린다. 중국에서 오랜 기간 지하당활동을 전개한 경험으로 노련하기도 했지만 상해에 머물렀던 남측인사들과의 관계가 좋았다. 주은래의 추천과 보증도 한몫했다. 그렇게 해서 남에 파견된 성시백은 당시 가장 중요한 지하공작을 맡아 성과적으로 수행했다. 김구·김규식의 방북과 4월연석회의의 성공도 성시백조직의 역할을 빼놓고 설명할수 없을정도다. 영화는 오직 군사적측면, 전쟁관련 정보보고와 연계만 집중해 보여준다. <이름없는영웅들>에 나오는 <정형고지전투>관련 정보도 실상은 성시백조직의 성과다. 성시백은 전쟁전야에 체포돼 전쟁과 함께 목숨을 잃었지만 그조직은 남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근 북이 21세기판<이름없는영웅들>을 의식하며 만든 <포성없는전구>가 있다. 이영화는 스파이조직 <노을>의 미군사령부가 있는 일본에서 벌인 활약을 주목한다. 상대측 심장부에 대담하게 침투해 가장 중요한 군사정보를 빼내 전쟁의 승리에 결정적기여를 하는것! 북이 공작원들을 발굴하고 육성할때 역점을 두는 측면이 무엇이겠는지를 알고싶다면 <이름없는영웅들>과 <포성없는전구>를 보면 된다. <노을>조직의 임무는 그래서 당시 누구나 다 아는 전쟁의 여부가 아니라 전쟁의 구체적정보, 즉 확증이다. 그러다보니 이영화들을 보면 코리아전의 성격과 발발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측면이 있다. 영화의 교양적역할은 무시할수 없다.
왜 제목이 <포성없는전구>인가. 이 특별한 전쟁터에는 군인이나 그에 준하는 <선수>들이 투입된다. 뉴욕 월가도 정신력·체력이 강한 군인·스포츠맨출신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물론 머스크의 말처럼 노이즈(noise)에서 시그널(signal)을 가려내는 안목이 실력이다. 가령 원인과 계기를 구별하는 변증법적사고, 총명함이 사업의 성과를 좌우한다. 모딘이 쓴 책 <나의캠브리지동지들>에도 이런 내용이 강조돼있다. 필비가 소련장성들묘역에 묻힌 이유가 다른데 있지않다. 비밀활동이지만 당연히 역사는 안다. 역사적으로 확증된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