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랑극단이 그리스의 각 지방과 마을을 돌면서 <양치는처녀골포>를 공연한다. 골포는 부유한 정혼자 키토스가 아닌 타쏘를 사랑한다. 둘의 밀회는 독수리의 그림자인지, 사람의 그림자인지 모를 낯선 그림자로 지극히 불안하다. 시작된 연극이 제대로 완결되는경우는 거의 없다. 어느날은 시작과 동시에 울린 총포소리로 인해 극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다른 어느날엔 정부군의 강압에 의해 바닷가에서 억지웃음을 지으며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또 다른날엔 연극도중 반역자를 처단하는 총탄에 단원이 죽기도 한다. 영화는 그리스현대사의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고있다.
여성이 처한 극단적상황으로 침략자의 본성을 드러내고있다. 이탈리아군인은 주인공 엘렉트라에게 접근하다가 역으로 당하고 그리스인나치부역자는 엘렉트라의 여동생 크리소템을 성착취하다 파르티잔의 총탄에 죽는다. 해방자의 거짓가면을 쓴 영국제국주의자들은 가면을 쓴채 엘렉트라를 성고문한다. 그리고 크리소템은 미군과 결혼한다. 제국주의세력에게 유린당한 여성들은 곧 그리스다. 결혼식식탁위에 성조기와 그리스기가 나란히 놓여있다. 결국 그리스는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된것이다.
한극단안에 독일나치와 이탈리아파쇼의 부역자, 영국·미국제국주의의 부역자, 파르티잔의 사람이 있다. 한쪽에서 <양치는처녀골포>를 연습할때 단원의 일부는 맑스의 글을 대사로 읊으며 혁명적연극을 연습한다. 점령군이 바뀔때마다 단원의 운명도 바뀐다. 부평초처럼 뿌리내리지못하고 시류를 따라 이곳저곳 떠돌면서 이리저리 치인다. 스스로의 힘으로 부역자들을 처단하고 최악의 모욕을 이겨내며 끝까지 의리를 다하면서 역사를 직시하는 유일한 이는 파르티잔의 사람, 엘렉트라가 유일하다. 한편 학살된 파르티잔 오레스테스의 장례를 치루며 단원들은 엄숙하고도 힘찬 박수를 보낸다. 파르티잔에 대한 경의다.
<유랑극단>은 곧 머물곳 없는 그리스민중이다. 지나는 곳곳에서 남성들은 총살을 당하고 여성들은 수모를 당하는, 그리스전역이 감옥이고 지옥이다. 제국주의자들이 파르티잔의 목 잘린 머리를 <수급>으로 여기며 <훈장>처럼 들고 날뛰는 그곳이 터전일수 없다. 오레스테스는 죽었어도 후대가 그이름을 고스란히 받아안아 삶을 이어가듯이, 그리스민중은 여전히 파르티잔의 참된 계승자를 기다리고있다. 민중들이 부평초와 같은 처지에서 벗어나 들풀처럼 굳게 뿌리내릴수 있는 조국은 민중을 위하고 민중에 의하는 진정한 혁명세력만이 되찾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