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나의 운명을 결정하는데서 결정적인 물음이다. <나라잃은군인>에게 길은 분명하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군인답게 싸우고 군인답게 죽는 오직 하나의 길이다.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무엇을 해야할지도 분명해진다. 그래서 묻는다. <어느역사>에 이름을 올리겠는가. 애국의 역사와 매국의 역사, 이둘사이에 중간은 없다.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이미 충분히 산 삶이다. 그러니 어떻게 죽을것인가.
삶이자 죽음이다. 산다는것은 죽는다는것이다. 육체적생명과 사회정치적생명중 택일해야할 경우가 있다. 어느생명을 선택할것인가. 사즉생(死卽生) 생즉사(生卽死). 죽으려고하면 살것이고 살려고하면 죽을것이다. 죽음의 각오로 싸울때만 이길수 있고 살수 있다는 말이지만 때로 육체적생명을 바쳐 사회정치적생명을 얻는다는 말도 된다. 말이 쉽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하고 대오와 투쟁의 용광로속에서 단련돼야한다
변절자는 처단된다. 처단돼야하고 처단될수밖에 없다. 그러나 식민지망국노의 곡절 많은 삶에서 애국의 길을 가겠다고 최종적으로 결심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주어져야한다. 기준은 무엇인가. 본인·현재·행동이다. 다른 누가 아닌 바로 그사람이고 과거는 참고일뿐 결정적인것은 역시 현재며 말이 아니라 행동만을 믿는다. 다시말해 과거에 조국앞에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현재 깊이 뉘우치며 새로운 길을 선택하면 믿어주고 함께해야한다.
애국과 혁명은 편협하지않다. 해방의 길을 가는 사람은 너그럽고 여유롭다. 해방의 길은 나라를 되찾는 길이고 스스로도 운명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스스로 해방된 사람만이 남도 해방시킬수 있고 남을 해방시키면서 스스로 더욱 해방된다. 해방은 만병을 고치고 모든것을 덮는다. 해방은 나의 모든것을 바칠 가치가 있다. 민족의 해방으로부터 계급의 해방을 거쳐 인간의 해방까지, 설령 해방의 전노정에 함께하지못해 먼저가더라도 조국과 민중은 영원히 기억한다. 그러니 어느길을 선택하겠는가.